연필깎이가 또 나를 부르고 있어
내 피부에 그릴 수 있는
무언가로 바꾸려고 해
내가 사랑할 수 있는 그림으로 만들어줘
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라
목욕을 하고 바로 씻어내고 싶은 것 대신에

왜 내가 이렇게 생긴 걸 부끄러워하지?
내게는 도피였던 것이 너에게는 단지 연필깎이였기 때문이야

큰 알약을 조금씩 삼키고 있어
이번에는 도망칠 수 없어
최선을 다해 삼키려고 했어 (삼켜, 삼켜, 삼켜, 삼켜)
가끔은 내가 아직도 어린 것처럼 보여
싱크대 건너편의 소년을 보며
"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?"라고 생각해
(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?)

왜 내가 이렇게 생긴 걸 부끄러워하지?
내게는 도피였던 것이 너에게는 단지 연필깎이였기 때문이야
왜 내가 내 방에 들인 것들을 두려워하지?
그저 친구가 필요했을 뿐인데, 연필깎이를 두 동강 냈어

너는 말해, 왜 내가 이러냐고?
너는 내가 왜 멍청한지 묻는 거야?
고치려고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겠지
너는 내가 왜 이러냐고 묻는 거야?
너는 내가 왜 이기적인지 묻는 거야?
알겠지, 자기야, 너는 어쩔 수 없다는 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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